예전에 분명히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보았던 것이 무슨 버전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버전이 여러개가 있는데 정리해 보자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최초버전이 공개되었을때 제작자 측에서는 망작이라는 판단하에 난해함을 줄여보고자 영화의 중간중간과 마지막에 <데커드>의 나레이션을 삽입했고 데커드와 레이철이 도시를 떠나 아무도 살지 않는 곳으로 가는 엔딩이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엔딩이 보고 싶기도 하다.)
영화는 폭망했으나 이후 < 디렉터즈 컷 >이 재출시 되어 흥행을 하게 되고 마니아층까지 형성하게 되었으나 정작 감독은 만족을 하지 못해 이 후 < 파이널 컷 > 이란 이름으로 재출시 되었다고 한다.
내가 이영화를 관람한게 이번이 두번째인지 세번째 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확실한건 지난 번 보았을 때 보다 더 많은 것이 보였다는 점이다.
지난 번 보았을 때는 그저 고전 마스터피스를 한번 본다는 약간의 의무감을 가지고 보았던 것 같다.
이번에 보면서 정말 놀랐던 것은 도대체 82년 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실감나는 특수효과였다.
실제로 중간에 영화를 잠시 멈추고 제작년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2018년 지금의 CG도 물론 훌륭하지만 당시의 이것이 더 실감나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
미장센을 눈여겨 보느라 영화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제작 당시 미래에 대한 상상력의 한계 때문에 지금 보면 다소 촌스럽게 디자인 된 소품들이지만 그런 투박한 디자인 마저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주는데 일조를 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타이렐 본사의 건물을 줌으로 비추는 장면들과 암울한 도시 배경 사이로 우주선들이 날아다니는 장면등은 어떻게 촬영하였는지 정말로 알고 싶을 정도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 반젤리스> 의 음악이다.
블레이드 러너의 타이틀 음악은 워낙에 유명하기에 자주 들어왔지만 그 외에 영화 스코어로 사용된 음악들은 미래의 몽환적인 느낌과 디스토피아의 무거운 분위기를 동시에 자아내게 하는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개인적으로는 비주얼과 배경음악 이 둘이 만들어진 분위기로만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지금 봐도 다소 난해하고 철학적인 느낌이다.
그나마 한글 자막은 어느정도 의역이 되어있어 오히려 쉽게 느껴지는 반면 몇몇 영어 원문을 찾아본 결과 상징과 비유가 많아 영어대사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번역과는 다른 느낌으로 머리에 바로 꽂히는 몇몇 대사들이 있었다.
로이의 마지막 대사
I've seen things you people wouldn't believe.
Attack ships on fire off the shoulder of Orion,
I watched C-beams glitter in the dark near the Tannhäuser gate.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Time to die.
그의 마지막 기억이 정말로 내 머릿속에서 그려질 정도로 감정이 충만했고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왜 예전에는 이런 것들을 느끼지 못했을까.
데커드가 리플리컨트 라는 떡밥은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영화를 볼때는 어디가 복선인지 잘 알 수 없었다.
해석을 찾아보고 나서야 이해는 할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과도한 해석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도 든다.
후에 감독이 리플리컨트라고 밝혔다고 하는데 정확한 팩트인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
파릇파릇한 배우들을 보는 재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영화가 우울하다 보니 해리슨 포드 특유의 순박한 시골청년 같은 미소를 볼 기회는 없었지만 내가 정말 좋아했던 해리슨 포드 옹의 풋풋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룻거 하우어 는 90년대 비디오들을 통해 익숙하게 봤던 배우였는데 퇴폐적인 잘생김이라고나 할까.. 이정도로 카리스마 있게 잘생겼는지 몰랐다.
그리고 숀영은 여신이었다.
하루 지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영화의 여운이 남아있다.
아마 두고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생각 날 때마다 찾아보게 될 듯 싶다.
< 공각기동대> 를 비롯한 많은 사이버펑크물들의 모티브가 되었던 < 블레이드 러너 >
많은 사람들이 마스터피스라고 부르는 데에는 역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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