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인시던트 (The Incident, 2014)

거제리안 2018. 12. 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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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 있음 >

 

 

이런 영화를 이제서야 보게 되다니..

세상에는 정말 무궁무진한 소재의 영화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 영화는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이상한 감동 같은 것이 있었는데 아마 인생 영화 중에 하나로 꼽을 정도로 감명 깊었고 감독의 천재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화가 시작하면 웨딩드레스차림의 노파가 에스컬레이터에 누워있는 채로 시작한다.

노파는 세상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달관한 눈빛으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두 형제가 등장하고 그 형제를 형사가 추격한다.

형제는 건물의 계단으로 도망을 가고 형사는 그들을 쫒아가 형의 다리를 맞추는데 성공한다.

형사는 건물을 나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지만 아무리 내려가도 끝은 나오지 않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다시 장면이 바뀐다.

한 가족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자동차로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있다.

운전 도중 딸이 실수로 마신 쥬스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켜 집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양아버지는 차를 되돌리지만 아무리 가도 제자리를 반복하게 된다.

역시 루프에 갖히고 만것이다.

딸은 죽어가고 있고 가족은 절망한다.


다시 장면이 바뀐다.

계단에서 35년을 지낸 동생과 형사.

형사는 늙어죽기 일보직전이고 동생은 몸을 단련하여 몸짱이 되었다.

형사는 죽기 직전 드디어 기억이 났다며 알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장면은 고속도로로 바뀌어 양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로 이어진다.

양아버지 역시 늙어 죽기 직전 기억이 났다며 알 수 없는 말을 시작한다.


여기서 부터 시간 순으로 정리.


1. 양아버지 로베르토(루벤)의 초등학교 선생님은 35년간 기차속에서 인시던트를 겪는다.

그가 현실로 귀환하면서 그는 인시던트를 유발시키는 능력을 계승받게 된다.

귀환 후 선생님은 루벤과 루벤의 친구를 태우고 땟목을 타던 중 루벤의 친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상황을 일으키며 인시던트를 유발.

선생님과 루벤은 35년간 뗏목에 갇힌다.


2. 선생님이 죽으면서 루벤에게 < 벤에 타지 말라 > 는 충고를 남기고 죽는다.

인시던트 유발자로 계승된 루벤은 현실로 돌아와 로베르토가 되고 산드라와 결혼.

양아들 다니엘, 카밀라와 함께 벤을 타고 여행 도중에 카밀라를 본의 아니게 위험에 빠뜨리며 인시던트를 발생시킨다.

로베트토와 다니엘은 35년간 고속도로에 갇힌다.


3. 로베르토는 죽으면서 다니엘에게 < 경찰차에 타지 말라 > 는 충고를 남기고 죽는다.

인시던트 유발자로 계승된 다니엘은 형사 마르코가 되어 경찰차에 타게 된다.

그리고 카를로스, 올리버 형제를 추적하다가 계단에서 카를로스의 목숨을 위험하게 만들며 인시던트를 일으킨다. (이 때 마르코는 총을 쏜 것이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르코와 올리버는 계단에 35년간 갇힌다.


4. 마르코는 죽으면서 올리버에게 < 엘리베이터에 타지 말라 >는 충고를 남기고 죽는다.

인시던트 유발자가 된 올리버는 계단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인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고 호텔 벨보이 칼이 된다.

칼은 엘리베이터에서 한쌍의 신혼부부를 만나게 되는데 신랑을 벌에 쏘이게 만들면서 인시던트를 일으킨다.

그리고 칼은 신부와 함께 35년간 호텔 복도에 갖힌다.



이후는 추정

 


5. 칼은 죽으면서 신부에게 < 에스컬레이터 >에 타지 말라는 충고를 남기게 된다.

인시던트 유발자가 된 신부는 칼의 충고대로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35년을 버틴다.

즉 인시던트 계승의 고리는 그녀가 끝을 낸 것이다.

이 후 그녀는 에스컬레이터로 나와 다시 35년을 보낸다.

에스컬레이터에 후임 계승자 없이 홀로 있는 것은 그녀가 고리를 끊었기 때문이다.

인시던트 계승의 일종의 바톤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빨간 수첩 역시 계승되지 않고 그녀가 계속 지니고 있는 것도 그러한 상징이 아닐까 싶다.

에스컬레이터 씬 마지막에 아이가 나타나 신부의 손에 쥐어진 햄스터를 가져 가는 장면이 나온다.

해석의 여지는 많지만 빨간 수첩을 가져가지 않고 햄스터를 가져간 것으로 유추해 보건데 인시던트의 고리는 끊어진게 아닐까 라고 보는게 맞는 것 같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나는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주인공들이 너무 불쌍하니까.



단순히 인시던트를 계승하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 말고도

왜 인시던트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가에 대한 설정도 나름의 의미부여가 잘 되어있어서

상당히 꼼꼼하게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인시던트 유발자들은 도합 70년의 세월을 인시던트 속에 갇혀 지내게 되는데

전반기 35년은 활력을 지낸 채로 살아가며 현실의 진짜 자신에게

활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후반기 35녀는 과거에 얽메이며 살아가게 되는데 이 때문에 활력은 점점 잃어가고

인생이 망가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로베르트가 죽어가며 다니엘에게 자신이 누군지 기억하라고 열변을 토한다.

자신의 이름을 적고 자신이 누군지 기억하라고 외친다.

하지만 다니엘은 경찰차를 타자마자 자신의 존재를 망각하고 마르코의 삶을 살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신부는 다른 이의 삶을 살지 않고

마지막까지 자신이 누군지 기억하고 있었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바로 이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죽는 그날까지 자신이 누구인지 망각하지 말고 항상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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