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체르노빌 (CHERNOBYL, 2019)

거제리안 2019. 6. 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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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편으로 구성된 HBO 미니시리즈 <체르노빌> 역대급 미드를 보았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의 현장부터 해서 이후의 사고 수습과정들을 보여주는 드라마로서 미칠듯한 현장감과 더불어 소름끼치는 공포감까지 피부로 와닿게 만들어 주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공포영화들은 다 만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현실적인 공포를 느끼게 해주었는데 근처에 몇분간 있기만 해도 픽픽 죽어나가고 기계장치까지 망가지게 되는 말그대로 현실에 존재하는 "헬게이트" 같이 묘사되는 체르노빌의 노심 부근은 마치 코스믹 호러 등에서 묘사되는 미지의 장소 같은 포스마저 풍겼다.

소련 장관회의 부의장 보리스와 물리학자 레가소프 이 두사람의 주인공 외에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사고 현장의 원전 기술자들과 사고 수습을 위해 투입된 소방관들과 그들의 가족들.

손도 댈 수 없는 현장의 복구를 시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입되는 인부들.

현장을 통제하는 군인들. 땅에 매설 작업을 하는 광부들. 가축들의 살처분을 수행하는 사람들.

이들이 현장에 임하는 모습들에게서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광부들이었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맡은 책임을 완수한다.

작업복과 마스크를 거부하면서 "그걸 하면 달라지나요?" 뱉은 십장의 대사는 나름 이 드라마에서 나만의 명대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희생이 고귀하기 때문에 인상적이었다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고 댓가가 보장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념대로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그에게서 어떤 통쾌함 마저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추상적으로만 생각되던 원전 사고라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머릿속에 다시한번 각인되었다.

아울러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드라마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크게는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다.

바로 거짓과 진실에 대한 메세지이다.

원전 사고의 원인은 결국 몇몇 개인의 욕심과 오만이었지만 결국 근본 원인은 진실을 덮으려는 거짓에 있었다는 것이다.

거짓으로 진실을 가리려 할 때에는 그 댓가로 무수한 사람들의 희생이 동반됨을 보여준다.

이 현실적이고 무서운 드라마의 진정한 주제의식은 이것이라고 생각된다.


사회에 대한 무서운 통찰이라는 생각이 들었는 호뮤크의 인상 깊었던 서늘한 대사 하나를 적어본다.

"우리의 나라는 엄마를 구하기 위해 아이들이 죽어나가는 곳이에요"

어른의 오만과 거짓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누구인지 이 땅의 어른이라면 이 말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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