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세계에서 제일 깊은 수심의 마리아나 해구와 같은 해저 11km 수심에 건설된 대규모 채굴 시설에서 근무하는 노라는 어느날 큰 진동을 느끼고 황급히 대피시설로 이동한다.
시설에 발생한 침수와 동시에 엄청난 수압에 짓눌린 시설은 순식간에 초토화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망한채 몇몇의 생존자들만 남는다.
일부 생존자들이 이미 대피를 마친 후라 탈출선 마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선장은 1마일 떨어진 로벅 기지로 걸어서 이동할 것을 제안한다.
생존자들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심해의 바다 밑바닥을 걸어가자는 의견에 반발하지만 마땅한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그 의견에 따르기로 한다.
생존자들은 잠수복을 착용하고 바닷속으로 진입을 시도하지만 부서진 시설들을 통과해 이동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갖은 고초를 겪게 된다.
기지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괴물의 습격까지 이어져 선장을 비롯한 동료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가까스로 생존해 해저 밑바닥에 도달한 노라는 인근의 폐쇠된 셰퍼드 기지에 몸을 숨긴다.
그곳에서 장비를 재정비 후 다시 로벅기지로 향하던 노라는 해저에서 생존해 있는 동료 에밀리와 스미스를 만난다.
스미스는 이미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위급한 상황이었기에 노라와 에밀리는 스미스를 질질 끌다시피 해 가까스로 로벅 기지 입구에 도착한다.
하지만 로벅기지 외부는 괴물들에 의해 이미 점령된 듯한 상태였는데 수를 셀수 없을 정도의 많은 괴물들이 시설에 매달려 수면 중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깨어난 괴물과 대치하던 중 갑자기 시설이 움직이는 듯하더니 괴물들이 매달린 통째로 위로 솟구치는데 알고보니 괴물들이 메달려 있던 것은 시설이 아닌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괴물의 몸 일부분이었고 그 거대한 괴물에 몸에 수만마리의 괴물들이 붙어 있던 것이었다.
경악한 일행은 서둘러 기지 안으로 대피하지만 거대한 괴물의 공격으로 기지는 다시 침수되기 시작하고 파괴되기 일보 직전인 상태가 된다.
노라는 사용할 수 있는 탈출선이 두개인 것을 알고 연인 사이였던 에밀리와 스미스 둘을 탈출 시킨다.
그리고 노라는 시설을 자폭시켜 괴물과 함께 폭발을 맞이한다.
과거 레비아탄 류의 해양호러물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겠거나 라는 막연한 생각을 품고 상어나 악어 등이 나오는 영화만은 아니길 바라며 별 기대없이 감상을 시작했다.
해양크리처물은 손에 꼽을 정도로 몇 작품 안본거 같은데 완전 심해의 밑바닥 해저가 무대가 되는 영화는 없었던 것 같아서 일단 그것만으로도 신선했다.
우주와 유사할 정도 아니 우주보다도 더 위험할 것 같은 심해 해저라는 배경이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재난영화처럼 긴장감 있게 흘러가는 초반을 지나 중반 정도부터 괴물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사실 너무나도 무난한 괴물이 등장하자 오히려 흥미가 떨어졌다.
그래도 이런 류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발암캐나 고구마캐가 없는 덕분에 쾌적하게 감상을 진행할 수 있는데 영화의 말미에 거대한 괴물이 등장하면서 감상이 바뀌었다.
와 이건 코즈믹 호러구나 싶을 정도로 거대한 스케일의 괴물과 마치 애벌레처럼 괴물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불쾌하면서도 기괴한 모습에 넉다운 당했다.
심해 깊은 바닷 속에서 만난 엄청난 스케일의 괴물이라니 이보다 더 흥미로울수 있을까.
영화의 후반부가 너무 좋았기에 그 전까지 등장했던 사람 크기의 소형 괴물들이 좀 더 신선했었더라면 영화 전체의 평이 달라졌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찾아본 결과 이 영화는 크툴루 신화를 소재로 영상화 한 작품이라고 한다.
자세히 보면 거대한 괴물에 크툴루 처럼 촉수같은 것이 보이는 것 같기도.
크툴루 신화라는 것 자체가 코즈믹 호러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원조이며 코즈믹 호러는 인간이 감히 받아들이기 힘든 스케일에서 오는 공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영상화가 쉽지 않아 그것을 소재로 한 메이저한 작품이 의외로 많지 않다.
B급 저예산 영화 등에서 그 분위기만 내려고 한 작품들은 많았지만 이렇게 시각적인 스케일로 코즈믹 호러를 느낄 수 있게 해준 이 작품에 일종의 고마움 같은 것이 느껴졌다.
길레르모 델토로 감독의 <광기의 산맥>이 흐지부지 된 이후로 메이저에서 만든 제대로 된 거대한 스케일의 코즈믹 호러는 볼 수 없는 것인가라는 절망 속에서 그나마 희미한 희망의 빛 같은 것을 보았다.
아무래도 큰 스케일의 영화를 만들려면 그만큼의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장르의 특성상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안다.
그래서 이 영화의 흥행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심해저라는 배경에서 느낄 수 있는 숨막히는 분위기도 좋았고 거대 괴물이 등장하는 후반부는 더 없이 좋았지만 중반부가 그저그런 평범한 해양크리처물 같았기에 말이다.
그래도 월드워Z 같은 메이저 호러가 흥행을 거두고 우리나라에서도 부산행 같은 작품이 흥행을 하는 것을 보면 가능성이 없어보이진 않는다.
스케일로 압도했던 인디펜덴스 데이 같은 영화도 일종의 코즈믹 호러에 억지로 끼워넣자면 어느 정도의 스펙타클이 동반되면 언젠가는 광기의 산맥 같은 작품도 스크린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영화&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간 (M3GAN, 2023) (1) | 2023.02.03 |
---|---|
헬벤더 (Hellbender, 2021) (0) | 2023.01.27 |
매트리악 (Matriarch, 2022) (0) | 2023.01.19 |
살인소설 (Sinister, 2012) (0) | 2023.01.13 |
컷 오프 (Cut Off, 2018)(원제:Abgeschnitten) (0) | 2023.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