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부화 (Hatching, Pahanhautoja, 2022)

거제리안 2023. 10. 1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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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화목한 한 가정의 거실에 한마리 새가 날아들어 거실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엄마는 그 새를 잡아 목을 비튼 후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틴야는 쓰레기통 속의 새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숲속에서 새를 발견한 틴야는 고통스러워하는 새를 돌로 찍어 죽이는데 그 곁에 놓인 알을 발견해 집으로 가져온다.


집에 가져온 알은 점점 커져 어느새 껍질이 깨지고 매우 흉측하게 생긴 사람 만한 크기의 새가 부화된다.

틴야는 그 새에게 알리라 이름 붙이고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틴야의 가정은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지만 엄마는 다른 남자와 교제 중이고 아버지는 온화하지만 마치 남과 같은 존재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틴야가 체조를 잘 하지 못할 때마다 엄마는 틴야를 다그치고 이 때문에 틴야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체조에 대한 스트레스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가정에 대한 불안으로 틴야가 흔들릴 때마다 알리는 그녀의 욕구를 대변하는 듯한 행동을 한다.

새의 모습을 벗어나 점점 인간의 모습을 닮아가는 알리는 틴야보다 실력이 좋은 친구를 불구로 만들고 엄마의 남자친구 딸 마저 죽이려 한다.

이런 알리의 존재를 알고 경악한 엄마는 알리를 없애려 칼로 찌르는데 이를 저지하던 틴야가 그 칼에 찔려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오열 하는 엄마의 앞에 이제는 완전히 틴야의 모습을 한 알리가 그 모습을 나타내며 영화는 끝난다.


우리에게는 자일리톨로 매우 친숙한 나라지만 영화라는 매체로서는 다소 생소한 핀란드라는 국가의 영화라는 점이 일단 신선했다.

알에서 부화한 크리쳐가 점점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는 과정이 매우 기괴하게 묘사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다 본 후의 느낌은 크리쳐 호러물이 아닌 청소년 성장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겉으로는 화목하지만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아슬아슬한 상태의 가정 속에서 불안해 하는 소녀 틴야의 심리 묘사를 영화는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엄마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불안감에 눈물 흘리는 순간 알이 부화되고 이후로도 그녀가 심리적 불안하거나 분노를 느낄 때 마다 알리가 행동을 시작하는데 그런 알리를 느끼고 더욱 불안해하는 장면을 교차로 보여주는 디테일한 묘사가 좋아서 사람을 묘하게 집중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 외에도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어떤 캐릭터인지 단 번에 파악할 수 있게 묘사하는 연출력이 돋보여서 감독이 심리 묘사에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알리의 존재와 틴야의 억눌린 자아를 너무 직접적으로 묘사한 점은 다소 세련되지 못하게 느껴졌는데 보다 은유적으로 녹여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들었다.

전체적으로 그로테스크한 모습의 크리쳐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호러물 같은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고 오히려 동화적인 분위기가 들었다.

스토리 자체가 아주 신선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배경이 익숙하지 않은 핀란드라는 점이 신선했고 심리 묘사가 좋아서 몰입도가 꽤 높았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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